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지만 함께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월세 받으시나요.
아니면 대학생이 되고 알바나 취직도 하였지만 생활비나 용돈을 자녀들에게 여전히 주시나요.
생각해보니...
저도 대학생 때 알바해서 용돈 정도는 벌었지만 교통비나 식비 정도로만 사용하였고 부모님께 학비며 교재비 등등 늘 받아서 생활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참 전 오랜만에 아는 분을 만나 브런치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분의 아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면서 좋다고 하더군요.
왜냐면...
그 알바로 받은 페이 중 1/3을 아이로부터 받는다고 합니다.
호주는 주급이라 매주 받는다는 거죠.
옹? 1/3이나?
솔깃하더라고요.
호주에서는 18세 이상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 쉐어비를 받는다고 하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지만 말이죠.
'수입의 1/3 이나요?'
'물론이죠. 당연히 받아야죠.'
'아이가 준다고 하던가요?'
'물론 흔쾌히 동의했고요. 아이 친구들도 모두 부모님에게 쉐어비를 낸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그 돈을 다 받으세요?'
'정확히 계산해서 다 받지요. 아이가 방학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그런지 수입도 쏠쏠하답니다. 너무 좋아요. 고등학교까지 서포트해줬는데 이제야 한숨 돌리네요.'
라며 활짝 웃더군요.
그때 전 좀 놀랐답니다.
올해 하이스쿨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그분의 자녀는 일을 바로 시작했고 부모와 함께 사는 이상 부모님께 쉐어비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죠.
생각해보니...
저도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 때 (호주 이민 오기 전) 몇 천 원 정도의 용돈을 준 적은 있지만 그 후에는 용돈으로 얼마라고 정해서 준 적이 없답니다.
필요할 때마다 사주거나 돈을 주었지요.
아이가 year 9 (중 3학년)부터 알바를 시작했는데요.
알바하고 싶다는 아이에게 사실 한국적인 사고로 생각했던 저는 왜? 그 시간에 과제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며 선뜻 허락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나 미래를 위해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이 기특해서 허락했었지요.
그때부터는 사고 싶은 것은 자신이 번 돈으로 사더라고요.
호주에서는 호주 나이 14세부터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이때부터 학생들은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알바하고 싶어 하지요.
일하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학생들이 주로 하는 일은 베이비 시터, 각 샵에서 알바, 학원에서 채점 알바, 맥도날드에서 알바 등을 많이 하는데 그중 맥에서 하는 알바가 완전 최고, 꿀잡이랍니다.
시급도 쥐꼬리만 한 알바를 왜 그렇게 하려고 할까요?
아이들은 용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 알바가 나중에 취업할 때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취업 시 Work Experience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지요.
맥도날드 매니저의 추천서를 받는다면... 웬만한 곳에서는 다 알아준다고 하네요.
울 아이는 도서관에서 year 11 (고 2)까지 일했는데 추천서 받을 곳이 생겼다며 좋아하던 생각이 나네요.
현재는 울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지만요.
어쨌든...
전 생활비까지는... 차마 받지 못할 것 같아요.
용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하였거든요.
근데 사실 지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왠지 합리적인 것 같다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호주에서는 아이들이 학생 때부터 일하고 성인이 되면 집에서 독립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러나 요즘엔 너무 비싼 시드니 렌트비와 높은 생활비로 부모와 좀 더 길게 살면서 세이빙을 늘리고 싶어 하는 자녀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지요.
이런 경우라도 호주 부모들은 자녀들로부터 쉐어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아이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답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용돈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한다거나 세차를 하거나 가드닝을 돕거나 하는 등의 집안일을 하면서 받게 하고요.
어릴 때부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학생이지만 스스로 용돈을 번다는 것.
성인이 되기 전부터 스스로 삶을 설계하며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과정인 것 같아서 대견하고 좋더라고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를 열심히 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 세대가 대단하지요.
이들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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